* 2014. 11. 8
* 아내와 둘이서
일주일 만에 다시 찾은 하동호
산악회의 버스 한대가 도착하더니 많은 사람들이 밖으로 쏟아져 내린다.
오늘 구간은 모처럼 일행들이 있을 거 같은데 아니다
여기서 아침을 먹고 삼신봉으로 산행가는 팀들이다.
역시 오늘도 아내와 오붓하게 걸어가는 즐거운 하루를 기대해 본다.
하동댐을 내려서니 계절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
화려한 단풍은 이제 쓸쓸히 마른 낙엽으로 변하여 길에 떨어지는 처량한 신세로 바뀐다.
호수인줄 알았는데 소수력 발전을 겸하고 있는 댐이다
하동호를 내려와서 개천을 따라 걸으면 청암 체육공원이 나온다.
축구장과 족구장 테니스장 등 강변길 따라 조성되어있는 체육공원
오늘이 토요일인데도 체육공원에는 사람의 그림자조차도 보이지 않는다.
도시에서 너무 멀리 떨어져있어서 그런가 놀고 있는 시설이 너무 아깝다.
둘레길 11구간은 거리가 짧고 부담 없는 코스
처음 출발 때부터 여러 가지 방향을 설정해서 출발하지만
될 수 있으면 한 구간만 걷기로 하고 간다.
둘레길 11구간과 12구간 사이에 7.1km의 지리산 둘레길 하동 지선이 있으며
서당마을에서 하동읍으로 연결되는 지선구간이다.
하동호에서 삼화실까지 11구간을 마치고
여기서 12구간을 이어 고개를 하나 넘으면 서당마을이 나온다.
서당마을에서 하동읍으로 연결되는 하동지선구간의 출발점이다.
일단 서당마을까지 걸어가기로 한다.
마을을 벗어나 징검다리가 놓여있는 도랑을 건너지만
이건 도랑이 아니고 엄연한 강인 횡천강이다.
이 물은 섬진강과 합류해 광양만으로 흘러간다.
징검다리를 건너 제방으로 걷다가 마을 길로 들어서는 입구에서 감을 따는 할머니가 홍시를 맛보라고 주신다.
엄청 큰 대봉감 홍시 하나씩 먹고 나니 달콤한 향이 입안에서 떠날 줄 모른다.
마을로 들어서니 아직 따지 않은 감이 주렁주렁 열려있고
그 중 홍시로 변해가는 감도 여러 개 보인다.
홍시가 떨어질라.....
아예 누워서 입을 벌리지.
산길로 오르는 길
낙엽 밝는 소리가 사각사각 들린다.
홍시 하나 먹고 지칠 줄도 모르고 올라가는 아내
이제는 아내의 꽁무니만 쳐다보고 쫓아가는 신세로 변해버렸다.
아! 변해가는 저질체력
그래도 요즘 잘만 걸어가는 아내를 보니 마음이 흐뭇하다.
지금 곳곳에 감을 따는 풍경이 보인다.
어느 아주머니가 홍시로 변해버린 감을 마음 것 가져가라는데
두 개면 충분하다고 달랑 2개만 가져간다. 감사합니다 잘 먹겠습니다.
벌써 홍시 3개째 먹는다.
내 배낭에 있는 간식은 언제 먹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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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이날 배낭에 있는 간식은 하나도 먹지 못했다.
조용한 시골풍경
길은 우측의 도로를 따라 연결되지만
사진 찍는다고 잠시 내려왔지만 사진은 별로다.
괜히 아내 똥개 훈련 시키지만 그래도 말은 잘 듣는다.
화려한 담쟁이넝쿨
우리집 황토방 벽면에 가득 찬 담쟁이넝쿨은 보기 싫어서 전부 잘라 벼렸는데
잘라 버리고 보니 좀 아쉽기도 하다.
또 대숲이 보인다.
지리산 깊숙이 들어서면 산죽이 많이 나오고
둘레길을 걷다보니 이런 대숲도 많이 보인다.
대숲을 지나 존티재를 넘어서면 적량면의 동촌마을이다.
이 마을 끝에 폐교된 삼화초등학교에서 11구간이 끝나지만
둘레길 12구간을 계속 이어간다. 서당마을까지.
삼화초등학교에서 500여m 정도 떨어진 이 곳
오늘밤 하루 묶게 될 산도리 민박집이다.
내가 살고 있는 곳 옆집인 황토방 펜션보다 백배나 더 멋진 황토방이다.
관광지인 경주라 작은(2인실) 황토방 하나가 13만원씩 받아먹고 있으니
이런 곳에서 자면 배가 아파서 잠도 안 오겠지만
여기 산도리 민박집에서 뜨끈뜨끈하게 잘자고
정성이 가득한 주인 아주머니의 저녁과 아침까지 대접받고 나온다.
민박집을 나서자마자 비가 내린다.
오늘 비는 내리지 않는다 했지만
그래도 우산을 준비하고 왔다. 쓸 일은 있네....
아내의 발은 매우 예민하다.
산을 오르던, 평지를 걷던 오래 걸으면 항상 발에 무리가 온다.
그래서 신발도 여러 가지 사서 신어보기도 했고
맞지 않아 버리기도 많이도 버렸지만
지금까지 계속 신어왔던 신발이 2년 만에 밑창이 서서히 떨어져나가
이번 둘레길에 새로 산 캠프라인 히페리온으로 갈아 신고 왔지만
발목의 살갗이 문질려서 걸음을 제대로 걷지 못한다.
예비 신발은 차 드렁크에 있는데.....
비도 오고 다리도 아프고 서당마을까지 천천히 걷는다.
서당마을이다.
이번 지리산 둘레길 11 구간은 여기서 마감 하기로 한다.
하동호에 세워놓았던 차를 가지러 돌아가는 길
둘레길10 구간에 이용했던 택시를 부르니 기사분이 반가워한다.
마침 감을 정리하고 있는 중이라 홍시가 있으니 집으로 가자고 한다.
대봉감 홍시를 2박스나 얻고 나도 대봉감 한 박스를 다시 구입하지만
가격도 아주 저렴하게 주신다.
아직 우리네 삶은 정이 많은 사람들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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