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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라도

사찰여행(11) : 법정스님의 무소유를 찾아서 - 불일암-

* 2012. 5. 13

 

승보사찰로 유명한 순천 송광사를 찾았지만 또한 무소유의 법정스님이 머물었던 불일암으로 먼저 발길을 돌린다.

5월의 푸른 녹음 속에 송광사로 가는 길을 다라 가다보면 왼쪽으로 불일암이란 이정표가 나온다. 

 

 

속세를 떠나면 제일먼저 반기는 게 맑은 공기다.

메케한 오염된 도시의 공기 속에 살다가 푸른 녹음으로 덥힌 산사의 맑은 공기를 들이 마시면서 걷는 이런 기분이

요즘 매주 절집으로 찾아가는 이유인줄 모르겠다.

 

 

어지러운 도시를 떠나 푸른 숲속 같은 정원을 걷노라면

눈도 맑아지고 마음도 맑아진다.

 

 

화려하고 잘 꾸며진 정원을 집에 두느니

이렇게 늘 새로운 정원이 있는 곳을 찾아 떠나는 걸음걸이도 재밌다.

 

 

걷다가 힘들면 풍광 좋은 곳에 잠시나마 머물며 쉬어가는 재미도 있고

물소리 새소리 바람에 흔들리는 나뭇잎소리가 정겹게 들리는 길.

 

 

화려한 연등의 안내를 받으며 산사로 걸어간다.

 

 

삼나무와 편백나무로 둘러싸인 불일암으로 오르는 길.

산책삼아 걷기 쉽도록 부드러운 흙길로 되어 있으며

송광사에서 느린 걸음으로 30분이면 갈수 있는 산속의 길을 따라 걷는다. 

 

 

 

 

삼나무와 편백나무 숲을 지나 대나무숲길을 지나면 부처님의 세계로 가는 길이 나온다.

 

 

불일암으로 들어서는 사람의 눈높이보다 낮은 삽작문이 나설지 않게 느껴진다.

 

 

불일암은 송광사의 제7세 국사인 고려시대 승려 자정국사(慈靜國師)가 창건하였으며

창건당시 자정암(慈靜庵)이었으나 1975년 법정(法頂)스님이 중건하면서

불일암(佛日庵)이란 편액을 달았다.

 

 

불일암은 법정스님이 1975년부터 1992년까지 17년동안 홀로 머물며 수행하던 곳이다.

스님은 이곳에서 1976년에 '무소유'를 집필했다.

'무소유'후 세간의 관심이 커지면서 방문객이 늘자, 미련 없이 강원도의 다른 수행처로 옮기기까지 했다.

 

 

주인 없이 홀로 있는 법정스님의 의자지만

그의 흔적은 고스란히 나의 눈 속으로 들어온다.

저 의자에 앉아서 무슨 생각을 했을까

무소유를 깨우치기까지 스님의 모습을 그려 본다.

 

 

스님의 샤워장

 

 

 

 

 

내 소망은 단순하게 사는 일이다.

그리고 평범하게 사는 일이다.

느낌과 의지대로 자연스럽게 살고 싶다.

누구도 내 삶을 대신해서 살아 줄수 없기 때문에

나는 나 답게 살고 싶다.

                                                  -오두막 편지-

 

 

버리고 비우는 일은 결코 소극적인 삶이 아니라

지혜로운 삶의 선택이다.

버리고 비우지 않고는 새것이 들어설 수 없다.

공간이나 여백은 그저 비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과 여백이 본질과 실상을 떠받쳐주고 있다.

                                               -버리고 떠나기-

 

 

무소유란 아무것도 갖지 않는 다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다는 뜻이다.

우리가 선택한 맑은 가난은 부보다 훨씬

값지고 고귀한 것이다

                                                              - 산에서 꽃이 피내-

 

 

법정스님을 모셨던 덕조스님은 날마다 깨끗하게 법정스님의 낡은 흰 고무신을 댓돌에 올려 놓는다고 한다.

덕조스님의 마음엔 아직도 스승님이 살아 계신다고 생각하고 있었을까.

 

자그만 텃밭을 보면서 무소유의 삶을 살다간

법정스님의 마음을 엿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