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4. 5. 4 ~ 5. 5
* 석포역~승부역~양원역~분천역
* 아내와 작은 아들
우리나라 최고 오지인 봉화 승부역
열차가 아니면 갈 수 없는 곳이 10여 년 전 눈꽃열차가 운행되면서부터 세상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이제는 시멘트 포장도로까지 만들어져 아무 때나 쉽게 찾을 수 있는 길이 되어 버렸지만
아직까지 사람들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는 길을 걷는다는 것이
나에게 새로운 경험이기에 충분하다.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올라가는 길
차의 창문을 열어보니 새벽이라 아직 바람이 매섭다.
차의 히터를 다시 틀면서 차가워진 차 안의 온도를 높인다.
첩첩산중을 돌고 돌아 커다란 공장이 보이는 곳에 석포역이 자리잡고 있다.
봉화군의 최북단에 있는 역으로 강릉. 동해. 부전. 동대구.등으로 가는 영동선의
모든 열차가 정차하는 곳이다.
오지 트레킹
나에겐 새로운 도전이다.
평범한 길을 따라 걷는 것이 얼마나 지겹고 무료한지 아직 느껴보지 않았지만
새로운 길을 걷는다는 상상이 머리 속에 맴돌고 있다.
석포역에서 승부역을 지나 분천역으로 이어지는 길이
낙동정맥 트레일의 봉화 구간이다.
이제부터 낙동강변을 따라 승부역까지 12km의
새로운 경험을 하면서 길을 열어간다.
석포역을 빠져 나오니 바로 영풍석포 제련소가 보인다.
울산의 고려아연과 같이 아연 등을 생산하는 회사로서
석포제련소를 빠져 나오는데도 3 km의 거리를 걸었을 정도로 규모가 큰 회사다.
석포 제련소를 뒤로하고 이제부터 차가 거의 다니지 않는 포장 길을 걷기 시작한다.
승부역까지 가는 길은 처음부터 끝까지 포장 길을 따라 걸어가지만
길 옆의 강물이 함께 하기에 흐르는 물소리와 경관을 즐기는 색다른 느낌이다.
굽이쳐 흐르는 강물 따라 걷는 길
새하얀 공기가 코 끝에서 상큼함을 선물한다.
비록 단조로운 포장 길을 걸을지라도
맑은 공기와 단아한 물소리를 들으면서 걷는 색다른 경험이다.
철쭉이 핀다
핏빛으로 핀다
사월에 죽은 영혼들이
눈물을 흘리며 핀다.
꽃잎처럼 떨어져간
새파란 젊음들이
사월에 오면 길 섶에
붉은 피를 칠한다.
사랑을 위해 쏟았던
숭고한 생명의 액체가
붉은 눈물로 튀어
산야를 뜨겁게 물들인다.
<박인걸의 철쭉빛에서>
수로부인에게 한 노인이 절벽에 올라 꺾어 바친 그 꽃
물가에 핀 철쭉을 수달래라 부르며
승부역으로 걷는 강물 옆에서 내 마음을 유혹한다.
절반쯤 걸어 왔을까 통나무로 만든 벤치의자가 놓여있다.
아내와 아들이 걷는 중 웃음이 떠나지 않는다.
자연과 이렇게 하나되어
즐기면서 보내는 여정이 그저 즐겁기만 하다.
비록 오르막을 오르는 산길은 아니지만
눈에 보이는 숲과 자연의 소리를 들으며
가끔씩 사색에 잠기어 보기도 하는 즐거움이 있는 길이다.
이곳을 걷다 보면 밭은 전부 고랭지 배추밭만 보일 뿐이다.
날씨의 기후 특성상 농작물의 재배기간이 짧아서 그런지
배추밭과 간혹 옥수수 밭만 보일 뿐이다.
갈대와 수달래 사이로 낙동강이 흐른다.
(할미꽃)
승부역이 보인다.
1963년부터 19년간 승부역 역무원으로 근무했다던 김찬빈씨가 역사 앞 화단 바위 앞에
흰 페인트로 한 편의 시를 써놓았는데 그것이 승부역의 상징이 되었다.
하늘도 세평, 꽃밭도 세평이지만
눈앞에 흐르는 강물이 그의 세평의 세상 속에 머물러 있지는 않았겠지.
승부역에 협곡열차가 잠시 쉬었다 간다.
조용하던 역사가 순간 활기가 넘쳐 흐르지만 이내 다시 적막감이 흐른다.
세평의 대합실에서 잠시 휴식을 하며
다시 강물을 따라 길을 나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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