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퍼온 글)
지리산 오송 능선~
지리의 무수한 산자락에는 봉이 아닌 독립된 산 이름이 꽤 많다.
서부능의 견두산, 천마산. 서북릉의 덕두산, 세걸산. 불무장등에서 이어지는 황장산. 황금능선의 구곡산. 달뜨기 능선의 기산, 이방산과 그 건너편의 수양산. 제석봉에서 흘러내린 창암산. 삼정능선의 삼정산. 왕등재에서 갈라진 왕산과 필봉산. 그리고 덕평봉에서 이어진 오송산 등이 있다.
그 중에서도 오송산은 거의 알려지지 않은 채 아직껏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어 지리의 또 다른 맛을 느끼게 한다.
오송능선 산행은 덕평봉에서 내려오는 것보다는 도촌마을에서 오르는 게 길을 잃지 않고 제대로 이어나갈 수 있다.
내려오다 보면 아무리 독도에 능하다해도 십중팔구는 음정마을로 떨어지기 십상이다.
몇 차례 음정마을로 내려선 후 수수께끼 같은 이 길의 흐름을 잇고자 거꾸로 도촌마을에서 오른 후에야 그 실마리를 풀 수 있었다.
선비샘이 있는 덕평봉과 벽소령 사이의 주능선에서 분기한 오송능선은 백무골과 광대골이 합류하는 송알 삼거리에서 그 맥을 다한다.
산자락이 합수지점에 머리를 담그기 전에 부드러워지면서 도촌마을을 이룬다.
이 능선의 한켠에는 작은새골이 한신계곡을 만나 백무골에 자리를 물려주고, 다른 쪽에는 넓다란 광대골을 끌어안고 있다.
도촌마을의 교회 뒤쪽으로 이어진 산길은 이내 커다란 밤나무를 만나면서, 왼쪽으로 본격적인 산행이 시작된다.
다소 경사가 있는 부드러운 흙 길을 따라 오르다 보면 자손을 잘 둔 명당의 묘 덕분에 능선까지는 그리 힘들지 않게 오를 수 있다.
하지만 오송산을 지나 묘로 이어지던 성묘 산길이 끊기면서 산죽과 잡목을 헤치는 본격적인 능선만을 따르는 산행이 이어진다.
아래에서 올려다볼 때와는 달리 능선에는 암릉이 많다. 다행이 암릉은 오르내리는데 큰 어려움은 없어 또 다른 재미를 주지만, 빽빽하게 들어찬 산죽 숲은 진행을 더디게 한다.
가끔씩 트이는 왼쪽 주능선의 제석봉과 천왕봉으로 이어지는 전망이 압권이다.
특히 백무골로 모여드는 무수한 능선과 계곡이 마치 살아있는 듯 꿈틀대며 흐르는 모습을 내려다볼 때면 탄성이 절로 인다.
칠선봉과 덕평봉에서 각각 발원하는 큰새골과 작은새골, 영신봉과 촛대봉의 한신계곡, 제석봉의 한신지곡과 소지봉에서 참샘을 거쳐 흐르는 주요계곡을 비롯한 무수한 지계곡이 원시 수림 사이로 흐른다.
오른쪽으로는 삼정능선이 안온하게 감싸고 있는 광대골과 삼정마을이 자연스레 자리잡고 있다.
길 없는 능선을 따라 한참을 오르면 문득 깨끗한 산길이 나타난다.
덕평봉에서 하산할 때 능선이 분기되는지를 미처 눈치채지 못하고 지나치기 쉬운 곳이다.
특이한 지형지물 없이 하산 기준으로 볼 때, 오른쪽에 사람모양의 바위가 서 있을 뿐 좋은 길은 바위 뒤쪽으로 난 오송능선이 아니라, 다소 왼쪽 앞으로 나있어 음정으로 내려서기 십상이다.
이젠 콧노래를 부르며 나아가도 된다. 다만 키 높이의 산죽이 가로막지만 길이 나있기에 헤치고 오르는데 큰 어려움은 없다.
하지만 비가 온 뒤나, 구름이 스치고 지난 후에 이 길을 걷는 것은 곤역이다. 댓잎이 머금은 물기가 온몸으로 흘러내려 신발 속까지 질척거리게 된다.
완만한 능선을 따라 오르면 이내 강우량 자동측정 송신탑이 나오고, 산길은 다시 희미해져 능선만을 따라 감각에 의존해 선비샘과 벽소령 사이의 주능선으로 나온다.
주능선에서 오송능선 들머리는 표시기나 산길 흔적이 전혀 없다.
선비샘에서 숲길을 따라 벽소령으로 향하다가 남쪽으로 펼쳐진 계곡이 시원하게 들어오는 전망 좋은 안부에 내려선 후, 그 안부에서 바로 오른 지점에서 무조건 오른쪽 산죽 밭을 치고 들어가 능선으로 이어가면 된다.
이곳에서 벽소령 방면이나 선비샘에서 이어지는 또 다른 능선을 이어보는 산행 계획도 색다른 재미를 안겨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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