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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지리산

창불대 비박

 모처럼 배낭을 걸쳐 매니 어깨가 묵직하다.

 

 며칠 만인가 자세히 생각해보니 거의 반년 만에 배낭을 매어본다.

 배낭을 패킹 하려니 잘 되지 않고, 아까운 시간만 지나 가길래 대충 마무리 지우고 잠자리로 빠져든다.

 

 알람을 새벽 2시 50분에 맞혀놓고 잠을 자지만 이런저런 생각에 쉬 잠이 오질 않는다.

 

 * 의신~큰세개골~창불대(박)~음양수~음양수골~의신

 * 2011년 6월 18~19일

 * 나그네. 자유인&쭈니. 죽비. 듀뽕스. 큰바위(6명) 

 

 

 

 사람들이 부르기를 보살이라 부른다.

 무당이 중생에 덕을 베풀어야지 무당소리 듣질 않고 보살이라 들을 건데

 그날은 지리 산신령님도 노 하셨을 것이다, 그 놈의 선무당이 사람 잡을뻔했다.

 

 덕분에 몸에 좋은 약수 물도 뜨질 못하고 마시지도 못했다. 에~이 썩어빠질 무당.

 

 

 

대성동 주막집에서 아침을 먹는데 지리산행 역사상 이리 느긋한 아침시간을 가져보긴 처음이다.

묘하게도 다음날 점심도 여기서 보내는데 시간을 죽치고 노닐고 간다. 

 

 

배낭을 맨지 오래 되어서 그런가, 한결 얇아진 어깨의 살 때문에 어깨가 걸리 적 거리지만

모처럼 지리에 몸을 맡기니 내가 살아 있음을 느낀다.

 

 

근 6개월만에 지리에 찾아 들었다.

이마의 땀구멍에서 땀이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린다.

계곡의 늘어진 바위 길에 발걸음이 닿을 때 마다 발에서 울리는 미세한 진동이 얼마나 그리웠던가

등에 맨 배낭이 주는 묵직한 무게감도 가볍게 느껴진다.

 

 

한발한발 올라서는 계곡의 높이만큼

모처럼 찾은 지리에 내 몸을 맞긴다.

 

 

상쾌한 마음, 가슴속 깊은 곳까지 파고드는 숲 속의 음이온을 마음 것 들어 마신다.

지리산에 와서 가져갈 것이란 지리의 숨은 속살의 향기다.

파릇한 향기가 나는 산 목련의 잎을 떨구어 우려낸 즉석의 차를 마시며

혀를 마비시킬 듯한 향기를 가진 당귀 잎에 쌓여진 돼지 목살이 그리 맛 있는 줄 알았던가?   

 

 

비가 내릴 것 같은 예보에 이날의 저녁은 볼 수 없어서 아쉬움만 남는다.

오늘 못 보면 다음에 보면 되지.

아침이 게으런 탓에 일출은 기대 안 하지만 그래도 일몰은 빠지지 않고 봐왔었는데

오늘은 일찍 잠자리에 파고든다.

 

 

새소리가 들린다.

본능적으로 눈을 떠 시계를 보니 4시를 넘어서고 있다.

 

새들의 합장소리를 듣는다,

지리의 선물 중 하나인 새들의 합창을 오늘도 듣는다.

이 순간만큼은 잠을 자질 않고 공연관람을 한다.

내가 신선이 된 것 같기도 하다.

 

어느 듯 공연이 끝나니 해가 떠오르기 시작한다.

그렇지만 공연관람을 하고 나서 다시 잠을 잔다.

 

 

비올 것 같은 예보는 아랑곳 없고 대신에 눈앞에 드려진 남부능선의 장쾌함이 펼쳐진다.

 푸른 신록에서 품어내는 지리의 상쾌한 아침공기를 맛 본지 언제 였던가

일상의 바쁜 사회생활에 쉽게 찾을 수 없는 지리의 아침공기를 맘 것 마셔본다. 

 

 

어제의 수줍던 모습은 어디 가고

새색시 시집가듯이 고개를 내민 창불대의 병풍바위가

어엿이 나의 곁에 서있다.

 

저렇게 빼어난 미모에 반해버린 중년의 노신사(나그네님)가 얼마나 감탄을 했는지 죽는 줄 알았다고 했을 정도다.

 

 

 

 

 

 

 

 

 

 

 

 

 

이제 언제 다시 지리에 찾아 들지 모르겠다.

모든 게 바쁘면 좋지만 너무 바쁘니 자연히 지리를 멀리한다.

 

꼭 저런 촛대봉과 시루봉같이 땔래야 땔 수 없지만 너무 떨어져 있으면 안 되는데.....

 

내가 촛대봉인지 시루봉인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