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3. 5. 1
* 돈지~지리산~가마봉~옥녀봉~금평항
* 아내와 둘이서
세월호의 여객선 침몰 사고로 산에 가는 것조차 마음이 서지 않는다.
그렇다고 내가 당장은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그저 방송과 인터넷으로 여러 소식을 들을 뿐
그저 안타까운 마음만이 내 가슴속에 파묻히고 만다.
마음도 착잡한데 바다를 바라볼 수 있는 섬 산행으로 떠난다.
가오치 선착장에서 정각 7시에 출항하는 배를 타고 금평항으로 떠난다.
아침 일찍 첫배라서 그런가 아니면 오늘이 공휴일이 아닌 노동절이라서 그런지는 몰라도
배 안에는 그리 많지 않은 사람만 보일 뿐이다.
출항한지 40분 후 금평항에 도착한다.
금평항에서 다시 마을버스로 '돈지' 로 10분간 이동 후 5월의 첫 날 사량도 지리산 산행을 시작한다.
사량도 지리산은 한려수도의 빼어난 경관과 '한반도 남단 최고의 비경' 으로 꼽히며
우리나라의 100대 명산에 들 정도로 유명세를 치루고 있는 산이다.
마을버스로 10여분 차를 타고 돈지에서 내려 느긋하게 마지막으로 산을 오른다.
등산로는 돈지 분교를 지나 한 피치 오르막을 오르고 칼날 같은 바위능선에 오르고 나서야
바다의 시원함을 온몸으로 느낀다.
"지리산이 바라보이는 산" 이란 뜻의 '지리망산' 으로 불리다가
현재는 '지리산' 이라고 부르고 있는 산이다.
아주 오래 전 이 산을 찾았었을 때에는 칼날 같은 바위능선과
암봉을 오르고 내리는 짜릿함이 기억에 남아 있었는게 보인다.
능선으로 오르는 짧은 오르막에 모처럼 비지땀을 흘린다.
나도 이젠 한물간 것일까.
산행의 출발지인 돈지항이 시원스레 내려다보이고 있다.
틀림없이 산은 예전과 같은 모습 그대로인데
그때의 펄펄 날아다니는 나는 없고
한걸음 한 걸음 힘겨운 지금의 내 모습만 보일 뿐이다.
흐릴 것이란 일기예보에 하늘이 열리니
한려해상의 경관을 즐겨보는 여유를 가진다.
아내와 둘이서 하는 여행은 시간에 구속 받지 않는다.
걷고 싶으면 걷고,
쉬고 싶으면 쉬고,
먹고 싶으면 먹으면서
언제나 여유를 부리는 그 맛에 집을 떠난다.
전망 좋은 자리에서 느긋하게 한려해상의 경치를 감상하는 호사를 누려본다.
내지와 옥동마을 갈림길에 있는 사거리의 간이 매점이다.
잔술로 한잔 마시고 여러 방송 프로그램에 나왔던 주인장과 기념촬영도 해본다.
한잔 술에 몸이 비틀비틀
발걸음도 비틀비틀
오늘따라 걷는 것도 비틀비틀 즐겁기만 하다.
불모산의 멋진 모습과
대항해수욕장의 모래밭이 보인다.
옥녀봉 가는 길
길은 계속 짜릿한 암릉을 타고 넘고
좌,우로 바다가 넘실대고
오후의 햇볕과 불어오는 바람에
내 마음도 넘실넘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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