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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여행/전라도

[구례 산수유 축제] "산에는 꽃이 피네"

 * 2013. 3. 31

 * 구례 산동 산수유 축제

 * 천수 부부와 함께

 

 봄이다.

 남녁의 매화꽃을 시작으로

 산수유꽃,  벚꽃, 진달래가 팝콘 터지듯 동시에 펑펑 터지기 시작한다.

 

작년에는 경북 의성의 산수유 마을을 둘러보았는데

올해는 산수유꽃이 많기로 소문난 구례 산동으로 친구 부부와 함께 간다.

 

 모처럼 새벽에 집을 나서지만

 너무 일찍 서두르는 바람에 구례 산동의 수락폭포를 떨면서 감상한다.

 역시 지리산 자락의 아침공기가 차갑다.  

 

 

 

봄인줄알고 찾아간 산동마을

수락폭포가 있는 여기는 아직 겨울이다.

 

 

시원스럽게 쏟아지는 폭포의 물줄기가 마냥 을씨년스럽다.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폼을 잡아본다.

 

 

오래 머물러 있다간

봄꽃 마중 나왔다가 얼어 죽겠단 소리 듣겠다.

 

 

수락폭포 주차장에서 아침을 해먹고

느긋하게 상위마을로 올라간다.

 

 

옛 돌담길과 산수유꽃이 있는 상위마을의 돌담길을

왔다갔다 걸어보며

어릴 적 고향의 추억에 잠기곤 한다.

 

 

산수유꽃 필 무렵

- 곽 재구 -

 

꽃이 피어서 산에 갔지요.

구름 밖에 길은 삼십 리.....,

그리워서 눈 감으면

산수유꽃 섧게 피는

꽃길 칠십 리......,

 

 

 

산수유(山茱萸)

산에서 나는 나무의 열매와 풀로 해석된다.

나무인데 풀 萸(유)자를 쓰는 이유는 나무의 가지를 약재로 사용하기 때문인가.

가지는 약재로 쓰고, 빨간 열매는 식용과 약용으로 두루 사용된다.

버릴 게 없는 나무인 셈이다.

 

 

산수유나무는 한때 ‘대학나무’라고도 불렸다.

산수유나무를 키워 나무껍질과 가지는 한약재로 팔고,

씨앗을 뺀 열매는 정력에 좋아서 강장제로 팔았다.

부모들은 부지런히 산수유를 키워 자식들 대학 교육까지 시켰다.

그래서 산수유나무를 효자나무, 대학나무라고 부른 것이다.

 

 

2월 말부터 피기 시작하는 산수유꽃은 4월말까지 지리산 자락을 노란색으로 물들인다.

지리산 성삼재와 만복대를 배경으로 평촌, 사포, 상관, 하위, 상위, 월계, 반곡, 대평마을과

길 건너 남원 방향의 현천, 달전, 그리고 산수유 시목지가 있는 계척마을까지 온 천지가 노란 물결로 출렁인다.

 

 

그중에서도 상위마을 전망대에 올라 

지리산 끝자락을 노랗게 물들인 풍경과

계곡과 바위가 어우러진 반곡마을의 풍광은

보는 이로 하여금 감탄을 금치 못하게 한다.

 

 

상위에서 현천, 반곡으로 끝없이 이여지는 산수유길.

산동의 산수유는 국내 생산량의 73%,

국내 수확면적의 84%를 차지할 정도로 넓고 많다.

 

 

잎이 피기 전 꽃을 먼저 피우는 산수유는 돌틈과 바위, 마을 어귀, 산등성이 등

자리 잡을 만한 곳이면어디든 뿌리를 내리고 있다.

 

 

현재 산수유마을로 알려진 상위마을 주변에는 100년이 훨씬 넘는 산수유가 2만여 그루나 된다.

 

 

상위마을의 돌담길을 걷다보니 노란 개나리와 산수유꽃이 같이 피어 있는 게 보인다.

어느 것이 산수유꽃인지, 개나리꽃인지 모두가 노랗다.

 

 

특히 산수유마을은 섬진강 매화마을을 연계한 봄꽃이라는 테마를 가지고 있어,

봄이면 상춘객이 끊이질 않는다.

 

 

산수유마을은 꽃 이름대로 다정하지만 사실은 아픈 역사를 숨기고 있다.

1000여년 전 중국 산동(山洞)에서 시집온 처녀가 산수유나무를 가져다 심으면서

마을 이름이 산동으로 바뀐 이곳은 여순사태 당시 지리산 공비잔당 토벌로

숱한 민간학살이 행해진 비극의 역사 현장이다.

산동면의 19세 처녀인 백순례가 막내오빠를 대신해 처형장에 끌려가며 불렀다는 서러운 노래가 지금껏 구전된다.

“잘 있거라 산동아 너를 두고 나는 간다/산수유 꽃잎마다 설운 정을 맺어놓고...”

로 시작하는 <산동애가>가 바로 그것.

 

 

100여 가구 옹기종기 모여 살던 마을은 6·25를 겪으면서 남정네들이 학살당해 20여 가구로 줄었고,

남은 마을 사람들은 빈집에 노란 산수유를 심기 시작해 온 마을로 퍼져나가면서 지금의 산수유마을이 됐다.

아픈 역사를 대변하듯 가득한 노란 물결은 그들의 넋인 양 봄만 되면 왕관처럼 피어나 아픔을 승화한다.

 

 

 

 

 

 

 

 

 

 

 

 

 

 

 

 

 

 

 

 

 

 

 

 

 

 

 

 

상위마을은 한국에서 가장 멋진 산수유계곡을 볼 수 있다.

계곡에 금방이라도 노란물이 뚝뚝 떨어질듯 하다.

 

 

 

 

 

 

 

 

 

 

 

 

(산수유꽃 축제장인 사랑공원)

 

 

 

 

산동의 산수유꽃을 뒤로하고 집으로 향하는 길

도로의 사성암 이정표를 보고 사성암으로 달려간다.

 

 

깍아지른 절벽에 마애여래입상이 있으며

절벽에 대웅전을 지어 유명한 사성암이다.

 

 

(사성암 앞의 섬진강)

 

 

해발 500m의 오산에 있는 암자.

셔틀버스로 쉽게 오르지만

사성암으로 찾아드는 관광객과 신도들로 끊임없이 이어진다.

 

과연 봄은 봄이다.

꽃을 찾아서 왔던

겨울의 묶은 때를 벗기듯 봄바람에 살방살방 떠밀려 왔던

거리의 각설이는 나의 발걸음을 잡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