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16. 10. 26
* 배내고개~배내봉~간월산~간월재~배내고개
* 아내와
가을
그렇지만 휴일마다 무슨 일이 생겨 바쁘다.
이번 주도 예외 없이 산으로 가는 발길을 다른 곳으로 돌려야 한다.
주중에 하루 휴가를 내어 모처럼 근처 영알로 스며든다.
그토록 뺀질거리게 다녔던 영알
갑자기 억새가 보고파 간월재를 목표로 하고 집을 떠난다.
배내고개에서 시작되는 영알과의 재회
이 길을 걸었던 때가 언제였던가
너무 오래되어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새파란 30대 시절
울산에 올라와
영알의 구석구석을 파고드는 재미에
이산 저 산 이 골짝 저 골짝
참 부지런히도 다녔었는데.....
그로부터 세월은 어느새 30년이 흘러왔다.
그리운 고향을 찾아온 느낌이랄까
모든 게 낯설지가 않다.
애초에 어제 오기로 했었는데
갑자기 비 소식에 오늘 왔더니
평일인데도 많은 사람들이 억새를 보러 여기로 왔다.
간월재가 보인다.
별박 달박 하러 자주 찾던 곳
이젠 그런 추억도 까마득하다.
세월이 흘러도 억새의 모습은 그대로다.
바람에 출렁이는 억새의 물결도 변함없고
다만 변한 것이라곤 간월재에 또 다른 휴게소가 하나 생겼다는 것 뿐이다.
오늘 간월재에서 간월산을 올라 파래소 폭포로 하산을 하려고 했건만
모처럼 이곳을 찾았는데 그냥 억새만 하염없이 바라보고 배내고개로 내려가기로 한다.
그저 바라만 봐도 좋다.
신불재의 억새를 뒤로하고
임도 따라 배내고개로 내려간다.
가을이 왔는지
아니면
가을이 떠나는지 모를 정도로 바쁘게 움직이는 일상들 속에
하루의 일탈이 이토록 즐거울 줄이야
앞으로 자주 이런 일탈을 즐겨야겠다.
천년만년 살 것도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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