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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행/- 지리산

[지리산 삼정산] 삼정산의 겨울암자

 

 * 2014. 1. 26

 * 음정마을~도솔암~영원사~빗기재~삼정산~상무주암~양정마을

 * 아내와 둘이서

 

 요즈음 아침을 맞이하는 게 무겁다.

 쉬는 날 이불속에서 늘어지게 자고 싶지만

 전날 퇴근 후 꾸역꾸역 배낭을 패킹하는 나를 되돌아본다.

 이번엔 아내가 산에 가자고 보채지만 않았으면 나도 방에서 그냥 하루를 뒹굴었을 텐데.

 

 삼정산의 암자를 둘러보러간다.

 흔히들 얘기하는 칠암자 코스지만

 삼정산을 기점으로 삼정산 남쪽의 약수암과 영원사, 상무주암을 둘러본다.

 나머지 삼정산의 북쪽에 위치한 문수암, 삼불사, 약수암, 실상사는 다음을 기약한다.

 

 

 

(벽소령으로 올라가는 임도)

 

눈이 속수무책으로 내리는 날에 겨울암자를 찾아 떠나는 날을 꿈을 꿔보기도 했었다.

발자국도 없는, 무릎까지 빠지는 그런 길을 따라서 암자로 오르다가

지쳤을 때 암자의 처마 밑에서 소복이 쌓인 새하얀 눈과 초롱초롱한 별을 바라보면서

무념무상에 빠져보고 싶었다.

 

 

(벽소령 임도에서 한 피치 오르막을 오르고 만난 능선 길)

 

시간이 흘러가는 그런 개념 없이 한발 한발 눈 속을 걸으면서

발걸음이 소리 내는 눈의 속삭임을 살며시 들으며 걷는 그런 길을 걷고 싶다.

 

 

(도솔암으로 가는 길)

 

새하얀 눈을 바라보면 포근한 감정이 느껴진다.

이런 눈 덮인 길을 하염없이 바라보면서 길을 걷고 산속을 해매이며

어둠이 내리는 저녁쯤에 암자에 도착하여

내 집 인양 하루를 머물면 어떨까. 

 

 

 

(도솔암의 마당)

 

석탑 뒤로 천왕봉이 지척이다.

이런 곳은 하루 밤만 유하기엔 너무 아깝다.

마당을 내어주지 않으면 마당의 한쪽 귀퉁이에서라도 자리 잡아

며칠 동안 천왕봉을 바라만 보고 싶다.

 

(도솔암에서) 

 

 

 

 

 

(영원사로 올라가는 길)

 

 

(영원사)

 

 

 

 

(빗기재)

 

 

 

 

 

 

 

(상무주암)

 

 

눈이 싫어 절을 떠난 걸까.

겨울이 싫어 절을 비운 걸까.

눈 속의 절집은 굳게 닫혀있다.

 

세속을 벗어나면 번뇌도 사라질 텐데

무슨 두려움이 왔을까.

주인 없는 암자의 마당엔 등산화 발자국만 요란스럽게 왔다 갔다 한다.